강정현
모르는 것은 공포입니다. 막연함은 곧 무력함을 의미하며 이는 결코 유쾌한 느낌은 아니죠.
-혹시 제가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어야 하나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이것은 지금껏 발견된 적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을 언제까지나 ‘이것’이라고 부를 수 없기에 우리는 이것을 ‘갑자기 다리가 세 개가 되는 병’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사물 사이에서만 전염되기에 생명체인 당신은 안전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이러스가 무생물인 사물에게 감염될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는 사실 생물과 무생물,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숙주에 도달하지 못한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할 수 없기에 그저 단백질과 핵산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무생물이란 소리죠.
그리고 모든 것들은 자신과 비슷한 것들에게 끌리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마음이 가면, 있는 공통점이란 공통점은 다 끌고 와서는 얼마나 서로가 비슷한 존재인지 감탄 하고야 마는 경험 있지 않나요?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무생물인 상태의 바이러스가 무생물인 사물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것은 합당한 현상입니다.
우리는 마침내 이 바이러스가 어째서 사물에게 갑자기 다리 세 개가 생겨나게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당신들의 신화에서 발견해낼 수 있었어요. 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는 태양에 살며 동시에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라는 전설이 내려져 왔죠. 특히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삼족오는 하늘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바이러스의 크기는 어떻죠?
-알 수 없습니다. 사람만 할 수도 있어요.
-이것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모습입니다.
-마침내 우리가 해내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막연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무력하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다리가 세 개가 되는 병은 이제 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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