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성
결혼에 대하여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혐오스러운 제도가
어쩌면 서로에게 여러 장치들을
이중 삼중으로 씌우면서 구속시키는 이 제도가
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유일하게 소년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제도였다.
권력은 더 큰 권력으로만 덮어낼 수 있다.
사회가 만든 결혼제도는
사회에서 소년을 부모로 만들 것이다
소년은 부모가 되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아니할 것임을
반면교사의 자세를 통해 다짐한다.
소년은 또 생각한다.
결혼 시장이 욕망을 주고받는 시장이라면
나는 반드시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과 만나겠다.
족쇄로 태어난 아이를 만나겠다.
그게 내 유일한 욕망이다.
족쇄로 태어난 사람은 내게 구원일 거야
난 항상 완벽한 독립, 자유를 꿈꿔왔으니까
만약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봤던 사람이라면
마음 한편에는 그런 마음이 있겠지.
"결코 다시는 그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노력할 거야
주례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묻겠지
"두 사람은 가족제도라는 족쇄 하에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자식이라는 족쇄를 만들어 또 서로를 구속하지 아니하며 자식을 본인들에게 구속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까?"
엄숙하게 맹세한다.
난 결코 구속하지 아니한다.
결혼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탈피이다.
가재가 껍질을 벗어던지고 고통에서 벗어나고 성장하듯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듯
그렇게 소년은 찾아냈다
완벽한 불행 아래에서 자란 가족제도의 희생자를
그가 꿈에 그리던 한 소녀를 말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될 거야"
소년은 달콤하게 속삭인다.
결혼은 어떤 각 가족의 간섭도 없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모아둔 돈으로 도망쳤다
도망치고 또 도망쳐서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곳으로.
이제 완벽한 독립이 코앞이다
소년은 생각한다.
나만의 가족제도를 만듦으로써 여태까지 날 구속해 온 모든 제도와 생각을 타파한다.
내가 곧 제도의 창조자고 내 삶은 내가 오롯이 제어한다.
더 이상 나는 부모라는 짐을 짊어지지 않았다.
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소년은 알았을까?
가재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은 때는 역설적이게도 탈피 중일 때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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