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성
(짧소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생성된 부산물에 불과하다.
어떤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내 그 사랑은 권태에 물들어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에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규제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자유와 탈권태를 향한 갈망은 사회적 규제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남녀는 아이를 가진다.
아이는 사회적 규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피의 족쇄 같은 것이다. 두 사람을 강제로 이어놓는.
어떤 사람들이 이혼했다고 하면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그래? 그 사람들 애는 있었어? "
아니라고 한다면 이렇게 반응한다.
"그나마 다행이네"
근본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하에서 두 사람 각자의 행복이나 존재는 잊혀간다.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써 같은 감정 같은 생각 같은 행위를 하도록 강제된다.
이혼을 했음에 대해 어떤 근원적인 심리적 문제가 개인을 그런 결단으로 끌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나는 결국 결혼이라는 건 두 개인의 자아를 하나로 뭉뚱그려버린다.
당연히 이혼을 한다면 서로 동의했다고 생각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다면 부부 둘 다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며
불행하다고 하면 둘 다 불행할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이가 있다면 그 결혼 도장보다 강력한 인장의 힘은 '그래도 우리 아기를 봐서라도 참아야지'라며 억지로 그 권태를 이겨내게 만든다.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연약한 새 생명을 위해 자신의 청춘과 시간과 힘, 노동력을 써가고 권태로운 삶에서 탈출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건 사람을 산 채로 죽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는 어떤 죄도 없지만 태어나보니 이미 자신은 족쇄 그 자체이다. 알게 모르게 자신보다 못해도 30년은 더 산 사람 둘에게 상상도 못 할 만큼의 짐을 짊어지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 한 소년이 태어났다.
이런 삐뚤어진 제도 밑에서 한 소년은 자란다.
서로의 사랑이 있던 시절 부모는 소년에게 말한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사랑은 식어가고 권태는 찾아온다
그리고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소년은 건강하게만 자라지 않는다.
총명하게 자라난다.
부모는 자신의 유전자가 절반 들어간 자신의 분신을 보고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투영한다.
'이 소년은 나야.'
기대심이라는 게 움튼다.
결국 부모의 기대는 이제 더 이상 서로 개인의 삶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태까지 자신들이 이렇게 권태로운 삶을 산 것에 대한 보상 심리. 그것이 부모의 심리 기저에 깔리게 된다. 이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다.
소년은 원하지 않았지만 족쇄로써 태어났고, 족쇄로써 작동하는 이상 거기에 물려있는 두 사람은 자신의 족쇄가 세계 최고의 족쇄가 되기를 원한다.
부모는 생각한다.
'이 족쇄가 없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있을 수 없는 미래를 겨눠보며 헛된 희망을 품는다. 그건 이뤄질 수 없는 일장춘몽일 뿐이다.
현실은 이미 그 족쇄에 쏟아부은 자신의 청춘과 노력과 돈.
그리고 그 비용에 매몰되어버린 한 부부는 결국 자신의 미래를 그 아이에게 오롯이 걸어버린다.
소년은 부모에게 그 자체로 짐이 되고, 부모는 아이에게 짐이 된다. 서로가 서로를 등지고 떠받드는 이 불편한 자세가 가족이라는 제도로 날 옥죈다.
소년은 무언갈 꿈꾼다.
하지만 그 꿈이 소년만의 꿈일까?
이 집단은 기괴하게도 하나의 꿈을 꾼다.
아이가 꿈꾸고 건방지게도 겨누었던 하나의 미래는
놀랍게도 혼자만의 꿈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베개를 베고 자면서도 같은 꿈을 꾼다.
'난 자유롭고 싶어'
'날 구속하지 말아요'
소년은 속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웃으며 말한다.
"넌 우리 같은 부모를 만난걸 행운으로 알아야 해.
우리같이 너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너의 자아를 훼손하지 않고 너를 자유롭게 두면서 지원해 주는 부모를 너가 만날 수나 있었을까?"
그럼 소년의 생각은 이렇게 표출된다.
"나는 커서 훌륭한 의사가 될게요"
호기롭게 말하던 소년의 꿈은 풍선이 되어 점점 부푼다.
그리고 여느 아이들처럼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탈선 없이 대학에 들어간다.
소년이 풍선을 놓쳤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풍선은 없다.
하지만 그 풍선의 무게는 너무나 기벼운 것이라 눈치채지도 못했을 뿐이다.
소년은 풍선을 쥐고 있던 손에 어느새 자신이 부모를 쥐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 실체 없는 꿈은 자신만의 꿈이 아니었음을
어느새 부모의 꿈이었음을
그 기괴한 서로가 등을 맞대고 서로를 지고 있는 형태의 공동체는 결국 하나의 꿈을 꾸고 함께 나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각자의 길을 꿈꾸는 소년에게 그건 버겁기만 하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원한다
전 그 공동체에 끼지 않을래요
절 보내주세요
그럼 그들은 말한다.
"우리 가족으로 태어난 이상 최소한 가족으로써 지킬 도리는 지켜라"
그리고 대체 그 도리라는 게 뭘까 생각한다.
아니 애초에 난 왜 이 가족에 태어났는가
그리고 난 왜 '족쇄'로
'결혼 도장' 으로 태어난걸까?
연준성© 2026 *본문의 ai 데이터 학습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