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답사와 사진, 아카이브 사진과 작품 사진, 미술 전시의 정보 전달 방식
프리리미너리 리서치는 오석근 작가님의 개인전《실용과 기복》(시청각 랩, 2024) 방문 시 우연히 작가님의 설명을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우측 공간에 활동 연계 단행본이 드높게 쌓여있는 모습에 관심을 두고, 작가님의 지난 수행과 정보 전달 방식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오석근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서는 현장 답사와 함께하는 작가님의 작품을 이야기하다가 전시에서 배경지식을 가감하고 관객에게 전달하는 법에 대해 질문하고자 해요. 그리고 후반부에는 협업과 책 만들기, 학술 발표에 관한 부분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A: 알겠습니다. 편하게 시작하시죠.
현장 답사와 사진
Q: 첫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적산 가옥이나 구도심과 같이 옛 건축물들이 많이 있는 곳을 자주 방문하며, 섭외와 작업을 진행하시는데요. 그 경우에 사진이란 결과물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답사와 사진이라는 매체가 만났을 때,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진은 현장에서 반사된 빛으로 그 현장의 현재와 닮은 모습을 담아줘요. 사실 답사하고 난 후, 인간의 뇌로는 모든 디테일을 다 기록할 순 없기 때문에요. 사진이 기록에 굉장히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답사 갔을 때는 작업은 안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 디테일을 기억하고요. 핸드폰 사진에 남은 위치 기록과 디테일을 확인하죠. 현장에서 못 본 부분의 분석도 이후에 이런 사진 자료로 진행해요.
기존의 도시 연구에서 사진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료예요. 사진은 도시, 현장 답사, 건축을 생활사와 문화사를 담는 중요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은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있어야 하지만요. 사진은 지류에도 출력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죠. 즉각 확인할 수 있고요. 영상은 내가 찾는 부분이 나올 때까지 찾아야 되잖아요. 타임라인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 힘들 때도 있죠, 반면 사진은 정보 전달이 굉장히 용이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현장 경험이 담긴 사진이 전시장에 도달했을 때 누락되는 게 많죠. 사진 바깥 공간을 다 담을 수 없잖아요. 그런 부분이 일단 다 누락되는 거고, 결국에 아카이브, 기록 작업이 그렇듯이 어떤 시각으로 무엇을 담아내느냐는 창작자, 기록자, 연구자의 맥락에 따라서 결정되죠. 저도 제가 보여주고자 하고 싶은 얘기를 사진에 잘 담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거고요. 거기서 사진의 매체 특성 때문에 누락되는 것도 있고, 저의 선별 과정에서 프레임을 통해 누락되는 것도 있죠. (누락되는 부분이) 없을 수가 없죠. 세상은 엄청 넓으니까. 그래서 특히 아카이브 작업이 아니고 시각 작업일 경우는요. 전시 같은 경우는 굉장히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요. 이게 또 입체감이 있지만, 3차원이 평면화 되잖아요. 거기서 누락되는 점이 있죠. 그다음에 사진이 엑스레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 내부는 보이지 않죠. 그 대신 표피랑 구조를 가장 잘 보여줘요.
사진 특성상 이렇게 (전시를 거쳐) 모아놓지 않으면요. 의미하는 바가 보는 사람의 입장에 의해서 크게 좌지우지되어요. 사진의 매체 특성에 의해서 누락되는 것이 있고 창작자의 시각과 관심사, 그런 철학에 의해서 누락되는 것이 있는데요. 둘 다 어쩔 수 없는 거죠. 연구랑 작업이 탄탄해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얘기하는가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말하는 바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 다 빼 버리고 편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사진의 숙명도 그렇잖아요. 저 네모칸 안에 모든 게, 많은 게 들어가야 되니, 여기서 선택을 해요. 또, 기록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 자체에 시각 언어적 여러 특징이 잘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한 정보만 전달이 아니라, 조형, 질감, 아니면 공간, 분위기적으로 잘 담겨야죠. 그다음에 현장의 사물이 주는 뉘앙스나 문화나⋯ 일단 기본은 우리가 보면서, 만져서 경험하는 것들, (사진은) 모든 경험들이 화각 안에서 시각을 바탕으로 풍겨 나오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의 시각 언어적 특징이 글이 보여주지 못하는 다양한 요소를 표현할 수 있게끔 하지 않나 싶어요.
정보 전달 방식의 차이: 아카이브 사진과 작품 사진
Q: 현장에서 거주자를 만나며 발생하는 사건 혹은 그 과정에서 나누는 대화는 기록하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기억으로만 남기는 편이신가요?
A: 기록 작업과 시각 작업은 축이 다르니까요. 지역과 지역 사회, 도시사를 담을 때는 그런 세부를 다 담는 게 유효하다고 판단 되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서 사라지거나 놓칠 것 같은 생애사, 지역사, 문화사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건 맞는데요. 그렇지만 시각 (작업)에서는 항상 고민이에요. 절절하게 이야기를 써야 되나. 사실은 세상 모든 게 아는 만큼 보이죠. 사실 맨날 (사람들이) 작품 사진 보고 '이거 어떻게 알아먹냐'고 하는데요.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게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연구를 하는 거고, 작가도 그 자료를 탐구해서 시각 작업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저는 거기서 약간의 갈등이 있어요. 정말 설명을 구구절절하게 다 해야 하느냐.
전문가의 경우 작품을 보면 세부를 다 알거든요. 왜 이렇게, 이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왜 이런 내용을 보여 주는지요. 그런데 작품의 배경에 관심 없는 사람한테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죠. 아니면 언어화하지 못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작품을 바라보고요. '뭐가 섞인 것 같아. 못 보던 이상한 풍경이네. 내가 아는 풍경과 다른 풍경이 있네.' '옛날 집 구조인데 공장이 됐네.' 뭐 이런 맥락으로 파악하죠. 그러니까 얼마만큼 친절해야 하느냐는 사실 시각 예술 쪽에서는 고민이 있어요. 그래서 짤막하게 일본식 가옥 소개를 이번 주에 새로 비치해 보았고요, 그리고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친절하게 건축적 특징을 분석해서 올려보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친절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그게 병행돼야 하는지 고민이 들어서요.
그런데 가끔은 사진이 많은 것을 누락시키는 반면, 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설명함으로써) 해석을 너무 한정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전시를 감상할 때 오히려 (정보가) 같이 붙어 있으면 (해석을) 좀 한정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작가의 대화를 듣거나, 전시를 먼저 보고 그 후에 작품 설명을 보고 이해하는 게 더 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얼마나 배경지식을 전달할 것인지는 나중에도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전시에서는 오히려 그냥 보여주고, 녹음을 해서 설명적이다가… 이게 좀 어려워요. 왜냐하면 저는 자기 경험으로 반응하고, 그다음에 작품을 판단하는 게 제일 좋아요.
반면, 기록 작업에서는 가급적이면 많은 정보를 줘요. 아카이브 기록 사진 같은 경우는 작가의 색을 좀 많이 다운시키고서 중립적으로 찍으려고 하는데도요. 색깔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죠. 하하하. 저는 연구 서적이나 아카이빙 전시, 지역 관련한 전시는 최대한 전시나 연구 목적에 맞게끔 그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또 다양하게 펼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분들의 이야기들을 더 깊게 담아야 되고, 필요하면 인터뷰 자료도 만들어요. 옛날에는 제가 가옥 주인을 인터뷰했거든요. 그 속에는 두 채의 집이 어떻게 한 채가 되는지도 담았고요. 이런 식으로 따로 구술사를 놓아두기도 해요. 요즘에 다들 하는 방식이죠.
사진은 시적인 매체라고 저는 판단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에세이를 써야 하는 걸까?’ 하는 게 항상 저의 고민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더 전달해 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친절해야 될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건 좀 제 안의 갈등 요소 같아요. 그냥 하면 되긴 하거든요. 일단 행동하고. 막 분석해서 가옥의 원래 유형도 여럿 보여주고 할 수 있죠. 저 작품도요. 나가야(長屋)1)가 원래는 어떤 모습이라고 보여줘도 되는데요. 작가들이 그렇게 하기도 하잖아요. 지역 기반으로 발표하는 작가가 미디어 작업을 하면 요즘 다 설명이에요. 뭔지 알죠? 만약 미디어 작품을 찍으면 이 도시가 어떻고, 누가 살았고, 일제가 와서 살았고, 이렇게 외벽을 부숴서 쓰고 있고⋯ 이렇게 가옥 내부를 패닝(panning)하면서, 책 읽는 것처럼요.
1) 나가야(長屋)는 기다란 형태의 일식 전통 가옥으로, 주로 단층 건물로 지어지며, 수평으로 각 호를 구분한다.
미술 전시에서의 배경지식 전달
Q: 다음 질문입니다. 이번 전시 출품작 중 일부를 인스타그램으로 배경지식을 올리고 계세요. 전시 기간에 며칠의 시차를 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전시 경험은 관객이 머무는 순간에 시간을 따라 한 번에 이루어지지만요. 전시장을 떠난 전후에 인스타그램에 아주 자세한 설명이 올라오니까, 순차적으로 내용 정리가 되었어요.
A: 하나의 방법인가? 모르겠어요. 그게 어쨌든 전시장에서 경험하는 것도 제 설명이 없으면 다 캐치를 못 하는 사람이 엄청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조금씩 설명하면 다 이해하시더라고요. 온라인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이 보니까요. 정보 전달력도 좋고요. 오시기 전에 온라인의 글을 먼저 볼 수 있겠죠. 미리 온 사람도 그렇고, 안 온 사람도 그렇고 (작품을) 보시면서 어떻게, 왜 찍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글을 올리며) 정보와 지식도, 제 생각도 전달하고요. 또 재밌잖아요. 사람 만난 얘기도요. 그런 얘기도 살짝 적고요. 그러면 다 돌고 돌아서 전시를 이해한다는 한 지점으로 가지 않을까요. 하하하. 왜냐하면 이미지만 보고는 모르니까요. (이미지를 보고) 저거 쓸쓸하게 혼자 있네. 이런 생각만 하시니까요. 자세히 보면 작품에는 사진으로서 (대상을) 보는 방법론도 들어있거든요. 그래서 좌우로 한번 보고, 건축물 양 끝에 마감한 흔적들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해요. 약간 눈을 좀 더 (트여주려는) 의도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뭘 보고 찍는지. 여기서 뭘 보면 재밌는지 알려주면 (관객이 작품을) 자세히 보아요. 시각적으로도 예쁘고, 멋있고 여러 감정이 들 수 있지만요. 그다음 관객에게 디테일을 다시 보게 해서 분석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도 사진이 항상 해야 되는 역할이에요. 사진 읽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설명을 작품 아래에 써놓아라 이런 사람도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일본식 가옥 구조 설명도 만들긴 했는데요. 모르면 봐라 싶어서⋯
Q: 작가님이 얼마나 설명할 것인가하는 그 끊임없는 고민에 풍덩 빠지기로 하신 거잖아요. 마음에 드는 지점을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시는 점이 용기로 느껴져요.
A: 나중에도 고민하고 있어요. 책을 낼 때는 설명을 해 줄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미지를 앞에 두고 뒤편에 주석 작업도 해놓고요. 이미지 밑에 (설명을) 쓰면 너무 박물관 같고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이미지를 먼저 보이고 뒤에 설명이나 해석을 써주면 차라리 더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해요. 경험을 좀 분리해서 제공하는 방식이 맞는 것 같아요. 그게 맞는 것 같아. 이런 전시에서는 작업을 먼저 보고 이후에 글을 보고서 다시 한번 작업을 보고, 글 보고, 그렇게 해야 좀 좋지 않을까 싶네요. 먼저 작품을 보고, 이후에 좀 보시면서 모호한 지점이 설명이 필요하다. 그때 글을 보시면 되겠죠. 경험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이나 배경 설명이 바이블이 되면 안 되니까요.
Q: 네 그렇죠. 전시 중 구두로 설명하기를 선호하시나요?
A: 아. 오랜만에 전시해서요. 그룹전은 많이 했죠. 개인전을 오랜만에 했는데요. 작품마다 달라요. 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 작업이 있고요. 그냥 전시 리플렛에 적힌 작가 노트도 사실 충분하긴 하거든요. 이번 전시는 잘 요약해서 충분하긴 했는데요. 관객들이 디테일을 못 보니까 그에 대한 길잡이 정도는 해주면 좋겠다. 적산 가옥의 공간과 일본 건축의 특징을 조금만 설명하면 그다음부터는 관객들이 다 잘 찾아요. 그래서 기초적인 배경지식만 알려주면 되었죠. 이번 전시는 작가 노트를 압축적으로 잘 요약을 한 것 같아요.
Q: 작업을 설명하실 때 상호작용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아니면 설명을 한 방향으로 전달한다는 느낌에 가깝나요?
A: 기초 지식은 설명해요. 왜냐하면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다음부터는 (작품을) 보고서 찾아보라고 얘기를 해요. 여기 있는 것 같은데 추측하시죠. 이 특히 화장실 앞 구조물만 조금 남은 작품은2) 설명 안 해주면 대부분 모르고요. (보통 집과) 비슷한 것 같은데 이렇게 설명해 주면, 그다음부터 이제 혼란스러워 가지고, 너무 놀라서 사진 찍고 하시죠.
2) 〈적산(敵産)_서울 02〉, ⟪실용과 기복⟫, 시청각Lab, 2024. 전시 리플렛 표기: 1F-11, 1층 왼편 방에 전시
Q: 제가 문화재 해설사를 했어서요. 그래서 도슨트의 정보 전달과 작가로서의 정보 전달이 다른지 궁금했어요.
A: 그것도 사실 미술의 방법론으로 삼을 수 있죠. 퍼포먼스로도 할 수 있고, 개념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박물관에서 쓰는 방법론이 미술 현장에 들어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작품과 역사,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되,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냐를 고민해야겠죠. 그런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너무 (정보를) 강요해서 알려주는 게 아니라 배경만 알려주고 그다음부터는 자율적으로 사고하게끔 하면서요. 다시 그 생각을 피드백 받고 교류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면 해요.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는 ‘이 작가가 이렇게 했습니다.’ 하고 끝나잖아요. 좀 일방적이기 때문에 미술이 더 딱딱해 보이는 걸 수도 있어요. 예술에 대한 겁도 많고 어려울 거라는 편견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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