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가의 도시 연구, 책 만들기, 학술 발표
도시 연구 프로젝트의 정보 전달 방식, 시각 예술가의 역할
Q: 요즘에 작품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미술 기관도 유튜브 계정이 생기면서, 작가가 드러나서 설명하기를, 정보를 제공하기를 요구하는 풍토가 보여요. 작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기대하는 모습을 마주하죠.
A: 자기 언어가 아닌 언어를 (전시에) 막 붙여 놓고요. 저도 옛날에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보통 제가 깨달은 거 중심으로 많이 얘기해요. 크게 개념어를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해요. 원래 성격상 체화되어야 해요. 전시 서문도, 일식 가옥 설명도 누가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다 쓴 거거든요. 제가 한 몇 년 동안 전시를 여러 번 하면서 개념을 만들고요. 행동하면서 이제서야 저렇게 써진 거예요. 요즘 전시를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큐레이터들도 작가들도 계속 쓰고 그러잖아요. 그게 힘들 때가 있어요. 저도 어쨌든 고민이에요. 오히려 아카이브 책은 그런 면에서는 한없이 친절해도 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 아카이브 전시는 어떻게 공부하고 경험한 걸 잘 전달할까 항상 노력하는 것 같아요.
아까 전시 방식이 달라진다는 말도요. 전시는 어떻게 보면 내가 여기 관습에 묶여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사진에 대해서 더 고민하게 되어요. 사진을 봤을 때 어떻게 사람과 사회적 요소를 전달할까?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해요. 아직 결론이 안 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카이브 전시나 다른 활동은 이 내용을 어떻게 사람들한테 입체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방식도 좀 고민해 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요즘에 동료와 《소사공단》1) 작업할 때도요. 좀 더 직관적이면서도 전문적으로 공단을 둘러싼 내용을 전달할 방법을 개발해요. 그리고 전시를 만들 때 여러 연구자를 설득하죠. 관객이 전체 그림을 보고 맥락별로 크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아카이브 전시장에 관객이 딱 들어왔을 때, 초반부터 체계가 딱 잡혀서 이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1) 장소기억연결프로젝트 팩토리 134는 2020년 김은희 작가가 삼양중기 공장에 들어가면서 출발하여 확장을 거듭해 왔다. 시각 예술가, 사진작가, 문화연구자, 아키비스트, 건축가, 영화감독이 공장과 도시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지난 4년의 결과물이 《소사공단: 기계를 짓는 공장》(부천아트벙커 B39, 2023)에 드러났다. 최근에는 '경인콜렉티브'라는 별칭을 가지고 부평 자동차공장의 현장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 포럼을 진행한다. 그 연장선에서 아카이빙 방식을 질문하는 '모터타임즈' (2024~) 프로젝트 또한 진행중이다. 팩토리134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 참조.
Q: 전시 동선과 전시장 내부에서의 경험에 대해서 큰 맥락을 읽도록 쾌적하게 만들고자 하시는군요.
A: 맞아요. 전시 공간에 들어갔을 때 이 도시, 공장이 보이고, 이 기능이 뭐였고, 어디에 뭐가 위치했고, 뭐가 벌어졌는지 명료해야죠. 이 맥락이 딱 잡히면 그다음부터 디테일만 재밌게 보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거나, 공간 구성을 발전시키려고 많이 노력해요. 저번에 《소사공단》 했을 때도 그렇게 맥락화, 시각화하는 것을 몇 명이 같이 해서 동선을 되게 잘 구획하고 잘 짜자고 했죠. 그게 되게 재밌죠.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관객은 아예 모르니까요. 어떻게 머릿속에 이렇게 구조를 딱 잡아주고 들어갈지 상상하는 게 재밌어요. 우리는 연구자들이 못하는 경험의 시간을 제공하고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Q: 계간 시청각의 대담2)에서 은유를 덜 하는 방식으로 작업 태도가 바뀌고 있지 않나 짧게 말씀 주셨는데요. 저는 그 글을 읽을 그 당시에는 시각 작업에만 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팀 프로젝트 같은 경험도 포함되네요.
A: 맞아요. 그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너무 미술의 방법론에 빠지는 걸 경계하죠. 저는 미술적 방법론과 미술적 보여주기 방식들은 너무 한정돼 있으니까 고민을 계속해요. 사실은 다른 형태의 전시를 (팀 프로젝트에서) 많이 만들다 보니까 (접근을) 다르게 하면 되는데 (이 전시는) 왜 이렇게 불친절하지 싶죠. 그래서 (아카이브 전시와 프로젝트의) 방법론을 우리도 같이 쓰면 더 좋겠다. 왜 계속 미술, 미술 거리는지 모르겠다. 그런 맥락이었던 것을 잘 파악해 주신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얘기했을 때 (대담에서) 다 공감해 주긴 했는데 잘 받아들여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제가 무슨 얘기하는지는 아셨을 텐데요. 저는 박물관 방법론과 닮은 전시 경험과 시각 예술에서의 전시 경험 양쪽을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박물관에 전시하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미술의 보여주기 관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2) 「대담 - 한국 현대미술의 자리: 서울에서 미술하기」. 『계간 시청각』, 제6호, 2024, 84-85.
Q: 팀으로 일하시면서 전시를 가공해서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지 고민하시는군요.
A: 그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저희도 전시를 구성할 때 들어와서 뭘 먼저 보여줄지, 무슨 얘기부터 먼저 할지 고민해요. 어떤 전시는 스펙터클과 말도 안 되는 얘기와 근거도 없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피로감도 있고요. 그다음에 도시와 지역을 얘기하고, 생태 얘기하는데 분석은 없을 때도 있고요. 나열식 아카이브 전시도 많죠. 사실 맥락화를 잘 못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관습에서 오는 전시 방법을 좀 비틀면 어떨까 해요.
책 만들기
Q: 다음은 주로 프로젝트 후도록을 기준으로 사전 질문을 드렸습니다. 고경표 기획자님, 김수환 학예사님과 함께 복숭아꽃을 통해 발간하신 여러 책은 구조적인 자료에 해당하는 부분과 도시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어요. 이 책은 다른 분과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는 인상이 들어요. 이처럼 다른 학문의 자료와 정보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책 편집을 하실 때요. 연구자와 창작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공통 분모도 많이 발견하시나요?
A: 시각 예술가인데 시각 예술가 중에 연구자도 있고, 연구자 중에 이제 또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판단하거든요. 근데 이게 경계가 모호하긴 한데요. 좀 나눠서 얘기하면 박물관에서는 사실 기존에 있던 아카데믹한 방식대로 공유하는 그런 방법도 있고요. 기존 방법론을 바탕으로 이렇게 진행을 하는데요. 미술에서는 기관도 아니고, 제도적이지 않은 형태를 가지고 있죠. 이런 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제 지금 《소사공단》하면서 방식이 조금씩 더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중요한 부분은요. 기록물의 맥락과 그 내용, 연구 자료를 지면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그 연구가 시각화하는 방법과 연결됐을 때, 그 내용들을 시각화하면서 어떻게 잘 정리 보여줄 입체적으로 전달할까? 그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책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죠. 근데 가끔 보면 『신흥동 일곱 주택』책에서3) 약간 부족한 부분이 보여요. 그때 저는 적산(敵産) 시리즈 사진 작업과 병행하고 있을 때인데요. 그러니까 『신흥동 일곱 주택』은 전체 도시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건축 이야기도 많지만, 사람과 생활에 대해서 분석한 요소는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 아쉬움이 남아서 다음 행동이나 글에 표현이 된 건데요. 어쨌든 이런 방식은 유동적으로 계속 진화하죠. 연구자와 시각 예술가가 협력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고요. ‘아카이브 아트’ 혹은 ‘아트 아카이브’라고도 얘기하지만요. 거기서 기록물이나 연구를 바탕으로 그 내용을 책의 형태로 언어화하는 행동이 어떤 실험의 장이 되죠. 기록과 연구를 확장할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고요.
오히려 현장과 기관 차원의 사고방식이 나뉘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습적 방식의 연구와 분리되어 그 틈새에서 하는, 부족한 부분을 확장하는 현장의 시도에도 주목하고요. 그리고 그게 전시장에서 똑같은 맥락으로 펼쳐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해요. 그래서 저는 《소사공단》 할 때는 사진 찍어놓고, 사진 위에 드로잉도 했어요. 이렇게 설명을 다 겹쳐 놓았죠. 새롭게 해보려고요.
3)『신흥동 일곱 주택』은 2019년 동인천 탐험단의 활동 당시 재건축 지역이 된 인천 원도심의 적산 가옥 일곱 채를 기록하고 자료화한 도시연구 자료집이다. 고경표, 이의중, 오석근, 노기훈, 김수환, 카마다 유스케 등 다양한 전공의 시각예술가, 건축가, 기획자가 참여했다. 동인천탐험단은 신흥동(2019)에 이어,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2020), 경인동 공업단지(2021)를 조사하며 지역의 경계를 질문하고 돌아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렸다. 『신흥동 일곱 주택』은 복숭아꽃, 동인천탐험단 양쪽 모두에 기록된 활동이다. 동인천탐험단은 근대화, 산업화의 흔적이 남은 인천의 여러 장소를 탐사하고 토론의 장을 만든다. 복숭아꽃은 고경표, 김수환, 오석근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최근에는 고경표 기획자가 2016년부터 인천 록메탈 씬 질적 연구를 수행한 여정을 엮은 『비욘드 레코드 : 1985 - 1995 인천 록메탈 연대기』를 출간했다.
Q: 연구 자료 발간 체계에서 자유로운 책의 느슨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고요.
A: 맞아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저는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가령 예를 들어서 소사공단 사진 위에 드로잉으로 설명한 작업도 있고. 물감 올린 것도 있거든요. 제가 제안해 봤어요. 사진 위에 바로 그림을 그려 지시한다는 게 엄청 직관적이잖아요. 설명도 편하고. 그러니까 왜 이걸 분리해서 그동안 설명했을까 싶더라고요. 미술적인 측면도 있고요. 그래서 이런 방법도 시도하죠. 약간 아쉬운 부분은 공장의 철거 방식에 대한 연구자의 철학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아쉽죠.
예술가의 학술 발표
Q: 책 만들기와 더불어 발표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최근에는 학술 대회에서 발표를 하신 경우가 있으세요. 선생님께서 이것저것 보신 것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건 또 완전히 다른 경험이잖아요. 도시 연구 관련한 학술 경험이 작업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A: 저는 인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요. 인천에서 뻘짓을 많이 해봐서 도시를 많이 알게 되고 깨달았던 거예요. 그간의 실험과 거친 언어가 지금 이렇게 많이 정제돼서 나온 거라고 판단이 되어요. 도시에서 박물관 학예연구사 선생님도 만나고 지역사회 연구하시는 분도 만나면서, 작업을 할 때 많은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그게 엄청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도시를 계속 바라보고 살고 있고, 거기서 그 퍼즐을 맞춰줄 수 있고, 풀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내가 눈으로 봤던 것은 이미 역사적인 자료들이나 기록으로 정리해 놓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사실은 조금만 노력하고 함께 하면 다양한 지식이 그냥 크게 팍팍 자리 잡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저는 여러 연구자 선생님과 함께해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도시에는 이제 철거되는 현장도 많고, 보존되는 현장도 있고, 그리고 재생되는 공간도 있고요. 이런 도시를 보고, 느끼고, 실제로 사용해 보고, 또 저항도 해보는 행동이 도시와 어떤 유산들,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이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끔 해준 것 같아요. 물론, 작업과 연구의 두 축이 다르긴 하지만요. 각 활동이 가진 목적에 따라서 변형할 뿐이지, 마음가짐은 똑같아요. 어쨌든 (도시가 가진) 내용을 잘 전달하자는 거죠. 그리고 연구를 하더라도 접근이 재미있었어요. 학술대회인데4) ‘내가 할 수 있는 걸 연구 방식으로 하자.’가 주제였어요. 그래서 준비 시점에 우리는 탐험을 하고, 저는 에세이 같은 걸 썼어요. 내가 도미이(富井 正憲, 1948-) 선생님으로부터 80년대에 찍은 사진을 얻어요. 그래서 나는 그 사진을 분석하고 그 장소를 똑같이 찾아다니는 거예요. 코나지로가 40년대에 인천에 왔고, 도미이 선생님이 80년대에 와서 그 장소를 다시 기록했어요. 그때 선생님이 기록한 사진의 장소를 내가 다 찾아가 보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시각 자료를 보고 사진의 거리감과 렌즈의 특성을 분석했어요. 어느 디테일이 변했는지 발견하고요. 오토시(落とし)5) 분석도 해보고요. 전봇대의 위치, 이 거리감, 그다음에 화각, 높이, 동서남북 방향, 건물의 디테일 이런 걸 판단해서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그래서 사진을 다시 찍으면서 도미이 선생님이 못 본 것도 찾기도 하고요. 그리고 답사 지역을 매핑하거나, 다른 사진 아카이브를 찾아서 내용을 보충하기도 했어요. 이건 제가 사진 기반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6)
4) 오석근, "부평영단 1940's 1980's 2020's." 『부평영단주택의 가치와 현황』, 한국건축역사회 공동학술회의, 부평역사박물관, 2023년 6월 29일, 부평역사박물관 다목적실.
5) 오토시(落とし)는 전통 일식 가옥의 특징적인 요소로 가옥 내외부에 돌출된 부분을 말한다. 이 문맥에서는 건축물 외관 돌출부를 지칭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처마 아래 공간 등을 지칭할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는 창문에 덧댄 방호 시설인 이시토시 (石落とし)를 지칭하기도 한다.
6) 이 프로젝트는 2024년 12월 오석근, 카마타 유스케가 시청각랩에서 진행한 전시 ⟪리서치 세션 : 일식가옥(Research Session : Japanese Houses)⟫ 에서 사진 슬라이드로 공개된 바 있다.
Q: 사진 측면에서도, 지리적 측면에서도 분석을 동시에 할 수 있으신 거네요.
A: 그래선지 더 연구자가 돼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인류학과나 도시사회학 쪽으로 가서 공부를 더 할 생각이요. 시각 작업으로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더 체계적으로 아카데믹한 연구 방법론을 쌓아서, 두 가지를 다 갖고서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은 마찬가지예요. 연구 지역이건, 대상이건, 거기서 무얼 얘기할 건지, 우리는 무슨 생각을 전달할 건지, 이거를 어떻게 할 건지, 여러 목적에 따라서 이제 기록 방법들도 달라지지만, 마음가짐은 같다고 생각해요. 시각 작업은 제가 말하고자 하는 얘기들, 제가 살면서 봤던 재미난 것을 정리해서 얘기해 주는 거죠. 둘 다 비슷해요. 좀 더 친절하냐, 아니면 더 시각 언어에 더 집중하냐 이 차이인 것 같아요.
아카이브 자료는 공동 작업이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어요. 여기서 저는 사진으로 시각 언어 베이스로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부분과 함께해요. 아카이브 기반이지만 미적 측면도 생각해 보는 거죠. 제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죠. 그렇기에 사진 작업이 자료로서 의미 있지 않나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적산 가옥의) 구조 연구 자료로도 쓸 수 있어요. 연구 자료집에도 쓸 수 있고요. 그런 가능성 있는 것 같아요.
Q: 사진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A: 맞아요. 그런 영향 아래에서 어렸을 때부터 살았으니까, 도시가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봤던 시각 정보와 경험이 지금에 와서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 호기심이 창작자여서 더 끈질기게 지속되는 걸까요?
A: 그 요인은 다양해요. 호기심도 있고, 또 개인적 성취도 있고요.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지금은 사진으로 더 잘 표현하니까요. 또 작가로서 잘하고 싶고, 좋은 작업 만들고 싶은 욕망도 있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미술 쪽에서의 성공은 이차적인 문제고 진짜 재밌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좋은 작업이나 좋은 영향을 줬던 작업처럼 좋은 작업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작품은 대부분 솔직한 방식으로 호기심과 관심을 묶어서 덩어리로 만드는 걸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전시도 저렇게 묶으니까7) 재밌잖아요. 이런 거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또 요소를 변주해서 시각적으로 다른 문화들을 만들 수도 있고, 잘 정리해서 만들면 못 보던 걸 보게끔 해주죠. 일상에 떠다니는 걸 정리해서 잘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데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안 돼도 이 정도면 개인적으로도 만족하고요. 또 살면서 시간이 지나니 내가 세상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되고요. 그것도 되게 나로서 살 수 있는 그런 힘을 주잖아요. 예술인이 내가 왜 이거를 좋아하는지, 왜 관심 있는지 분석이 되면요. 사실 그것도 나 자신과 사회를 보여주는 거죠. 그것도 재밌고요. 관심 없으면 안 하죠. 뭐 하러 고생을 해. 무거운 장비 들고 지방 내려가면 너무 힘들잖아요. 문도 안 열어주는 분도 계세요.
7)《실용과 기복》(시청각 랩, 2024) 을 지칭한다. 본 문장에서 언급한 작품군은 9월 개인전에서 새로이 선보인 신작 기복(祈福) 시리즈(2023~)이다. 기복(祈福)은 현장 답사와 제작처 방문으로 수집한 주택 현관문의 문양을 흑백 출력한 접지 보드의 형태를 하고 있다. 보드 자체가 기립성이 있어 병풍같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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