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준성은 2024년 탈영역 우정국에서 서울익스프레스의 전시 <눈을 감고>를 아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다. 여러가지의 다층적인 서사가 오디오처럼 나오고, 영화의 엔딩크레딧처럼 텍스트가 양탄자처럼 내려가는 작업들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당시 서울익스프레스의 홍민기 작가님과 기술에 관한 실질적이고도 짧은 이야기들을 나눴던 기억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작업을 이어왔기에 작가님과의 만남은 나에게 의미가 컸다.
그리고 팀원 정선은 2023년도에 <기술 궤도 이탈>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전유진 작가님을 알게 되어 일종의 팬심으로 작가님의 행보를 간간이 캐치업하고 있던 와중… 반가운 전시 소식을 듣고 준성을 이끌고 전시 <눈을 감고>를 향해 달려간 것이 우리가 팀 서울익스프레스와 처음 만나게 된 계기였다.
전시를 통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시간이 흘러.. 2025년 아트코리아랩에서 진행하는 예술기술 관련 사업인 <수퍼 테스트베드> 를 진행하던 중, 서울익스프레스의 전유진 작가님을 멘토로서 만나게 되었고, 다시 이어진 인연으로 팀 JSJS는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익스프레스의 인터뷰를 정식으로 요청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과 필연으로…이뤄진 인터뷰. 세운메이커스큐브의 서울익스프레스 작업실에서 굉장히 진솔한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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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준성: 음.. 처음 두 작가님의 작업실을 보았을 때, 잘 정돈되어 있는 재료와 부품들을 보고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갈하게 정리된 선반과 자재들.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10월이었는데 어느새 1월이 되었고 JSJS의 어지럽던 작업실은 어느정도 정리되어 자리를 찾아갔다. 사실 작업실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정리를 안 한 채 살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생각을 했지만 우리도 점점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단 사실에 안도하며.. 그때의 인터뷰를 상기해 본다.
<Intro>: 작업실 탐색
JS(준성): 여기서 그럼 모든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
전유진 작가님: 네, 여기서 대부분의 작업을 하고, 교육도 하고 있어요. 상반기에는 교육 장소였다가 하반기는 작업 공간에 가깝네요. 다음 달인 11월에 두 개의 공연이 있고, 12월에는 전시가 있어서 작업하는 모드로 바뀌었어요.
전유진 작가님은 서울익스프레스 활동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 랩 (Woman Open Tech Lab)도 함께 운영하시며 활발한 교육활동 또한 이어 나가고 있다. 역시나 오픈랩이나 세미나, 워크숍 등에도 관심이 있는 우리 팀은 이 이야기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다. 2026 올해는 반드시 워크숍과 세미나를 병행하는 부지런한 JSJS가 되어야겠다.
작가님들은 최근에 작업실을 바로 근처 넓은 곳에서 이곳으로 옮기게 되셨다고 한다. 입지가 매우 좋은 이 작업실에 들어가기 위한 심사 절차가 있다고 하는데, 이전까지는 사회적으로 공공성이나 어떤 영향 등을 보던 추세에서 매출을 좀.. 따지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하셨다. 구조상 수익이 나기 힘든 서울익스프레스의 특성상 심사에서 밀리게 되어 원래 있던 공간에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던 것. 예술단체와 수익 구조의 줄다리기 앞에 다시 한번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준성은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생각되는 (개인적인 생각) 케익을 준비했고, 홍민기 작가님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와 함께 다과를 즐기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물론 앞선 캐주얼한 분위기는 유지한 채로. 허나 오프 더 레코드가 많아 편집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물론 우리는 너무나 재밌었다.
JS (준성): 이제 좀 본격적인 인터뷰를… 형식적인 걸 좀 해보려 하는데요 (웃음). 저희의 소개를 먼저 드리자면 일단 저희는 이제 만든 지 1년 된 팀 JSJS입니다. 이제 작년 말에 시작해서… 제 이름이 연준성이고 이쪽 이름이 박정선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이니셜 따서 JSJS라고 지었어요. 이제 안 질리는 네이밍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그냥 제일 가볍게… 뭐 그런 식으로 했고. 음 저희는 아까 말씀 드렸다 싶이 작업 스타일이나 방식이 엄청 다른데, 같이 했을 때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뭔가 이렇게 맞물려서 더 흥미로운 부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팀을 만들어서 활동 중이에요.
JS (정선): 저희가 그래서 처음에 서로 좀 알기 위해서 같이 전시도 보러 다니고 그랬었는데 그때 선생님들 전시가 있어서 간 거예요. 그 때 잘 몰랐을 때인데 이 친구 (준성) 가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진짜 내가 원하던 어떤 이상적인 작업을 드디어 봤다, 이러면서 너무 큰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모든 풍경을 보고 너무 감명 받아가지고…(호들갑)
JS (준성): 아까 이미 많이 말씀드렸어. (정선은 지각을 조금 했습니다.)
JS (정선): 그래가지고 무조건 막 선생님들 뭐 전시 있으시거나 하면 따라가고 싶다고…
JS (준성): 인연이 그 뒤로 없을 줄 알았는데 딱! 이렇게 수테베 (수퍼 테스트베드) 에서 만나가지고…
(중략)
<1장: 인사와 소개>
JS (준성): 팀 소개를 간략하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별적으로 각각 원래 어떤 일을 했고, 그래서 어떻게 팀을 만들게 되었고, 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을 하시는지 등등… 간단하게요.
전유진 작가님: 저희는 영화하면서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사운드 아트와 미디어 아트 씬에 들어오기 전에 영화 음악을 주로 했었고… 홍민기 작가는 영화 연출을 공부했는데, 처음 만날 당시 영화를 제작하고 있었어요. 제가 결혼을 할 때쯤 미디어 아트 일을 조금씩 맡고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결혼 이후 그쪽 일을 좀 더 하게 되면서, 옆에서 같이 보다가 이제 뭐…
홍민기 작가님: 아니 작업을 얘기하라고. 인생을 얘기하지 말고.
전유진 작가님: 아, 그러니까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어려워서요. 저희가 2014년에 결혼을 했는데 2015년에 서울익스프레스라는 팀을 결성했죠. “팀을 결성하자!”, 와 같은 이런 시작은 아니고, 홍민기 작가가 갑자기 어떤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그 기획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하다 팀도 만들게 된 거죠.
전유진 작가님: 저는 사운드 아트 중심의 작업을 하고 있었고, 홍민기 작가는 아무래도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니까 기본적으로 글이나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사람이고요. 처음부터 딱 정했던 건 아니지만 각자 해오던 활동에 따라서 역할이 좀 나뉘었던 것 같아요.
전유진 작가님: 그리고 제 개인의 창작에서도 변화가 있었어요… 원래 작곡을 했는데 전기(Electronic)라든가 물성이 있는 조형적인 것에도 관심이 생기고, 서울익스프레스를 통해 그런 걸 더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었죠. 홍민기 작가도 서울익스프레스를 하면서 글을 쓰는 일 외에도, 코딩을 하거나 게임 엔진으로 어떤 세계를 만든다거나, 미디어 작업을 더 하게 된 거죠.
전유진 작가님: 기술적인 역량을 계속 확장해 나가면서,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확연히 구분하기보다는 계속 넘나드는 지점이 생겨요.
전유진 작가님: 수년간 같이 작업하면서 서로의 어깨 너머로 제작의 플로우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밖에 없고… 기술이나 매체적인 측면에서 역할이 약간은 나뉘어 있어도, 완전 딱 선 긋듯이 구분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JS (정선): 저희는 경력이 뭐 아무것도 아니지만 짧은 시간 많은 걸 같이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준성이 거의 메이킹을 도맡아 하는 걸 보면서 얼추, 대강, 아~! 이런 거구나하며 야매로(?) 저도 많은 걸 배웠어요. 어떤 플로우를 거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또 어떤 단계에선 내 손을 더 많이 타야 할 때도 있고...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이 경험을 통해 잡혀가는 것 같아요.
JS (준성): 그리고 뭐 원래 할 줄도 어느정도 알았고 하니까 어깨 너머로 봐도 금방 알 수 있는거죠.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팀을 한 것도 있어요.
<2장: 서울익스프레스의 시작>
전유진 작가님: 처음에는 철저히 계획해서 팀을 시작한 건 아니고 어떤 기획이 먼저 있었어요.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제 기억에는 매우 큰 동력을 줬다고 생각해요. 처음 ‘언랭귀지드 서울(Unlanguaged Seoul)’ 이라는 제목을 홍민기 작가님이 던졌는데, 바로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JS (준성): 언랭귀지드 서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전유진 작가님: ‘언랭귀지드 서울’은 서울에 한 번도 안 와본 사운드 아티스트들을 해외에서 섭외해서 그들과 장기적인 메일링을 하는 걸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한 번도 안 와 봤다’라는 게 중요해요. 서울에 못 와본 채로…서울에 대한 자료를 계속 전달해 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광고에 가까운 관광 홍보용 자료도 있고, 역사적인 자료도 있고요. 여러 자료를 통해 그들은 서울에 대한 편견 혹은 판타지로 이미지를 구축하다가… 서울을 표현하는 작업을 만들어서 정말 서울에 오는 거예요. 서울의 관객들은 서울에 안 와본 사람이 서울을 표현한 작업을 보고 어떤 괴리감을 느낄 테고, 그 지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서울이 브랜드화가 잘 되어있는 도시지만, 당시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 또한 서울에서 별다른 예술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에 주목하는 그 프로젝트가 설득력이 있었어요.
JS준성: 우리는 사실 팀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을 짓진 않았다. 그냥 어떤 컨셉에 너무 갇힐까 봐도 그랬고, 시간이 지나서도.. 이름을 바꾸고 싶단 생각이 안들게.. 무난하게 그냥 가져 갈 수 있는 걸 생각하다가, 공교롭게도 영어 이니셜이 똑같아서 JSJS로 짓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후회스럽기도 하다. 일단 한글 표기가 굉장히 이쁘지 않고.. 총 여덟 글자, 제이에스제이에스. 그리고 무슨 부동산, 소규모회사 이름이 JS 가 너무 많다. 다시 돌아가서 이름을 짓는다면 어떤 걸로 지어볼 수 있을까..?
(…)
전유진 작가님: 이전까지는 뭔가 추상적인 주제만이 예술의 적절한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서울익스프레스’나 ‘언랭귀지드 서울’이 저한테 신선했던 건, 전혀 예술적이라 생각해 보지 않았던, 뭔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랄까… 그런 소재에서 예술적인 면을 찾는 접근이 저한테 좀 새로웠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 작업으로 사운드를 하던 사람이고, 비가시적인 것을 예술과 결합시키는 방식을 더 자연스럽게 느끼죠. (전기에도 꽂히는 이유는 전기 또한 소리처럼 비가시적이고 뭔가 실체화되지 않는 마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방식을 추구하는 쪽이고요. 어떤 면에서는 전 좀 동화 같은 사람인 거죠.
작가님의 눈빛이 반짝였다.
전유진 작가님: ‘동화 같다’라는 게 결국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허상, 뭔가 보이지 않는 관념, 추상적인 개념… 이런 것에 꽂히는 사람이요. 근데 홍민기 작가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홍민기 작가는 나랑 매우 다른 지점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사실을 몰랐어요.
전유진 작가님: 결혼하고 나서야, 그리고 팀을 하고 나서야 서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되었어요. 창작자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부분을 주로 보고 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데, 그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 거예요. ‘그렇지, 정말 예술적인 일은 사실 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잖아. 예술이 동화 같은 이야기, 드라마틱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정말 화가 나고 분노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추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내 일상, 내 삶,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이미 있는 건데, 그걸 왜 몰랐을까?’ 하면서 제가 설득당한 거죠. 그런 접근에 대해서 배웠어요.
JS(정선) :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저는 그동안 좀… 추상적이면서 큰 이야기들만을 쫓아갔는데, 준성은 저랑 정반대였기 때문에… 준성도 어떻게 보면 일상에서 겪는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여러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법을 추구했고, 저도 그런 점에서 설득을 많이 당하게 된 거죠. 그렇기에 팀 활동에서 준성의 접근법을 따라가면서 그런 감각을 키우려 애를 써 봤던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이 친구에게 항상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아니고요, 가끔 이상한 자아가 튀어나와서 저를 힘들게 해요.
JS(준성): 제가 더 힘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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