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팀. 작업.>
전유진 작가님: (다시 서울익스프레스 이야기로 돌아와서) 서울익스프레스를 2015년에 시작을 했으니 이제 10년이잖아요. 꾸역꾸역 계속하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대본이 중요하고 서사가 중요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글도 홍민기 작가가 주로 쓰지만 음악도 다 선곡해요. 처음 봤을 때부터 홍민기 작가는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영화 음악에 대해서 영화 음악을 하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어디 가서 아는 척을 안 해서 그렇지, 음악을 기본적으로 많이 알고 있고 음악에 대한 심미안이랄까, 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전유진 작가님: 그래서 저에게 서울익스프레스 작업은 ‘납품’하는 느낌이 있어요. 홍민기 작가가 거의 틀을 다 잡기 때문에 저는 그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쪽이죠. 음악을 선곡해 오면 저는 편곡을 하고요. 기존 곡을 편곡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도 홍민기 작가가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며 글을 쓸 때, 어떤 음악으로 시작하는 때도 있고, 그 음악을 계속 틀어 놓고 쓰기도 하니까요. 이 사람만의 개인적인 창작 방식인 거죠. 홍민기 작가에게는 음악이 되게 중요하고 창작에 있어서 전체 무드를 만들기도 해요.
전유진 작가님: 무대 장치나 조형물도 같이 만들긴 하지만 결국에는 텍스트로 구현된 어떤 세계관에 맞춰 가니까 디렉션을 홍민기 작가가 주게 되죠. 근데 초기에는 이런 방식이 아니었어요. 당시엔 저도 팀워크를 잘 몰랐어요. 어릴 때 하던 밴드하고는 다른 것일 텐데… 팀워크에 관한 생각이 별로 없어서, 사실 둘 다 공동 디렉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패치워크>라는 작업이 공동 디렉팅을 하면 약간 망할 수 있다는 거를 깨닫게 했죠. 물론 작업이 정말 망했다기보다는, 솔직히 말해서 불만족스러웠거든요. (특히 홍민기 작가는)
아 … 너무 공감가면서도 웃음 막 새어나왔다. 우리JSJS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이기 때문에. 좀 찔렸다고 할까 .. ??
전유진 작가님: 저에게는 사실 의미가 있는 작업이긴 한데... 어쨌든 퍼포먼스의 완성도라는 게 있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을 끌고 가면서, 기승전결이라든가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의 구분 등 결국 무대의 미감까지도 사실 디렉션이 중요하잖아요. 근데 이게 두 개의 다른 디렉션으로 향하니까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많이 싸우기도 하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어요. “네가 쓴 대본, 네가 만든 세계관 알겠어. 하지만 이 부분은 내가 놓지 않을 거야.” 이런 식으로…뭐랄까… 그렇게 만들면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를…ㅎㅎ
JS(정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다른 케이스이긴 하지만 우리의 플랫폼엘에서의 작업 생각이 많이 났다. 너무 똑같아서 아직도 너무 웃기기도 하고 참.. 무튼 처음으로 과정중에 강하게 부딪혔던 작업이었고. 어떻게 보면 내가 유진쌤의 입장이었다. 내러티브와 세계관을 준성이 짰지만. “그래 네가 만든 대본, 네가 만든 세계관 알겠어. 하지만 이부분은 내가 절대 포기못해 . 내 말대로 해줘” 라는 똑같은 심정으로 ..
무튼, 우여곡절을 겪으며 느낀 바는 ..어떤 합의점으로 무난하게 가는 팀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수한 싸움과 화해와 이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상대의 말을 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또 받아들여야 할건 바로바로... 이제 서로 자존심 다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느꼈다. 그리고 좀 믿어야 한다. 파트너의 어떤 제안과 의견을… 솔직히 나는 그런편이지. 내가 확신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선 전적으로 준성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너의 판단은 어떠냐며 자주 묻는 편인데, 반대로 준성은 또 그렇지가 않아요. (그 당시엔 그랬다..) 내가 그걸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고 에너지 빨리는 일이지.
JS(준성): 근데 확실히 플랫폼엘 전시가 둘 다 디렉팅을 하려니까 힘든 부분이 여럿 존재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정선이 뭐 본인은 퍼포먼스 잘 모르고 이런 공연예술 낯서니까 맡겨놓고는… 저는 진짜 큰 그림 같은 것이 많이 바뀌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인데, 최종 리허설 직후에 이것저것 바꾸라고 하니까 이제 설득당하기가 싫은거죠. 근데 뭐 원래 직전에도 바뀌고 하는 게 미술설치고 하니까 이해는 하는데. 공연은 사실 그렇게 직전에 바뀌거나 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최소한. 그래서 받아들이기가 당시에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다 지난 일이긴 하니까 뭐.
JS(정선): 솔직히 리허설할 시간도 없었잖아요. 당일 되어서야 총체적인 걸 점검한 거고. 나는 거기서 꼭 바꿨으면 좋겠는 디테일들을 포기할 수 없던 거고.
JS(준성): 어쨌든 나는 전체적인 걸 끌고 가는 마당에 그런 요구들이 힘들었다고 미리 좀 파악하고 상의를 하던가.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투닥투닥... )
전유진 작가님: 어쨌든<패치워크> 작업이 누더기가 된 지점이 그런 거예요. 근데 다행히 이름이 <패치워크>고 누더기를 지향하기도 해서, ㅎㅎ 다행히(?) 넘어갔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저 작업을 비판적으로 비평했죠. 팀을 만든 게 2015년이고 2017년에 한 작업이니까 팀워크가 제대로 형성된 시기가 아니었어요. 그 작업을 계기로 깨달았어요. 디렉션이 이제 이렇게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JS(정선) : 저도 그랬습니다..)
전유진 작가님: 그 이후로 대본이 베이스가 되는 작업을 했는데 솔직히 제가 동의 못할 때가 있죠. 대본은 홍민기 작가가 그린 세계이기 때문에, 글로만 이해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예요. 이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텍스트 너머의 세계까지 이해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근데 글만 가지고는 전부를 이해하기가 어렵죠. 즉, 확신이 없을 때가 있는 거예요. 어떤 곡을 편곡하라고 했는데,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이거는 이렇게 가면, 진짜 100% 망하고 너무 구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일단 믿는 거예요. 이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떤 부분 디렉션을 이임하게 되었어요. 물론 ‘여기서 왜 이걸 써야 하는지’ 싸우기도 하고 반박도 하고 설득도 했죠. 그래도 ‘그래, 그냥 믿고 따라가 보자.’ 하는 식으로 몇 번 했는데, 그게 맞더라고요. 의외로 맞더라고요. 결국 대본만으로는 최종 조합을 가늠하는 일, 컴포지션 됐을 때 그림을 상상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상할 것 같은데?” 의심하면서 시작했지만, 나중에 ‘아, 이게 이렇게 붙는구나.’ 이러면서 믿게 되는 과정이 있더라고요. 그러면 다음 작업에서도 또 말도 안 되는 걸 갖고 왔을 때도 바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이전 경험을 되새기게 되죠.
전유진 작가님: 그러면서 조금 덜 싸우고… 지금도 많이 싸우지만, 옛날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싸워도 좀 건설적인 싸움인 거죠. 뭐랄까… 기싸움을 해서 서로 뭘 뺏어가려고, 권한을 뺏으려고 싸우는 건 안 하는 거죠. 그러니까 옛날의 싸움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았어요. 당장 내가 맞으니까 싸움으로 가고, 끝까지 가자는 태도가 마지막까지 아웃풋을 내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돼요. 솔직히 저는 글 쓰는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인데, 여기 홍민기 작가도 글 쓰는 거 쉽지 않을 거 아니에요? 홍민기 작가가 주로 글을 쓰니까 저는 어떤 부분 마음이 놓이기도 하는 거예요. 위임하는 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일련의 작가님들의 이런 과정들이 우리 팀이 잘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전유진 작가님: 이 사람이 세계관을 잘 만들면 나는 이제 그걸 잘 해석하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과 내가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하죠. 물론 동시에 겁도 나요. 왜냐하면 작업이 힘들거든요. 만족의 기준이 높아요. 홍민기 작가를 만족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잘한다는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고요. 그리고 무조건 작업 과정에서 여러 번 뒤집힐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돼서, 어떤 세계를 만들기 시작할 때 겁도 나는 거예요. 내가 또 이걸로 얼마나 고생하게 될까 싶은 거죠.
JS(준성): 언제나 팀 작업에서 서로의 니즈를 맞추는 일이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그동안 저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미감에 맞춰져 있어서 특히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직은 힘들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디렉팅이랑 제작이랑 이런게 분업도 안되어 있는 상태라 더 많이 싸우기도 하고… 근데 저는 팀 작업이 또 좋은 점이 분명히 있어요. 이게 또 머리 꽃밭인 이야기 이기도 한데, 저는 어렸을 때 그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레고 만드는 걸 엄청 좋아해서 자주 가지고 놀았는데, 저는 꼭 색깔이나 대칭이나 이런 게 잘 맞게 만들어야 하고 어쨌든 저만의 어떤 규칙 같은 것이 레고 만드는데 있었는데, 하루는 친구를 불러다가 같이 조립하면서 놀았거든요. 제가 “이걸 만들자” 딱 이랬어요. 같이. 근데 걔가 계속 제가 원하지 않는 블록들을 막 붙이면서 그 색감이나 이런 걸 다 망치면서… 막 어쨌든 ‘패치워크’가 된 거예요. 그래서 저는 화가 났죠.
뭐 초등학생 때니까. 그걸 다 만들었는데 맘에 안 드니까 바로 부술 수도 있었지만 그걸 장식장 같은데 그냥 올려 놨거든요. 근데 그러고 나서 나중에 막 한 며칠 있다가 와서 이렇게 장식장을 봤는데 그게 또 애정이 가고 나쁘지 않은 거에요. 근데 저는 팀 작업 할 때 마다 그 생각이 나요. 이렇게 작업 할 때마다 부딪히고 하면서 항상 당연히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걸 컨트롤 할 수 없겠지만, 근데 또 다른 느낌의 재미는 있는 것 같다. 같이 해야만 나올 수 있는 어떤 누더기 골렘 같은 결과물들이 또 재미이고… 그리고 그걸 봤을 때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감동 이런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함께 만들었다는 추억이 또 있잖아요.
전유진 작가님: 아 그걸 아는 게…
홍민기 작가님: 아니야, 이 이야기의 핵심이 뭔지 알아?
전유진 작가님: 그래도 그걸 아는 게
홍민기 작가님: 이 작가님 이야기의 핵심은 뭐냐면, ‘나쁘지 않다’라는 거야.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라는 거야. 그럭저럭 참고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지 내가 ‘원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야. 그게 핵심이야. ㅋㅋ
전유진 작가님: 에이, 그래도 놓쳤던 부분을 스스로 자각한 게 중요한 거지.
홍민기 작가님: 진짜 좋으면 “이거다.”라고 얘기를 하지. “내 판단이 틀렸다.” 이러지~.
전유진 작가님: 아니, 그런 게 점점 쌓이면서 팀이 되는 거지. 처음부터 어떻게 그게 탁 뒤집어지면서 “이게 더 좋다”가 돼. 그래서 난 그걸 아는 것 자체가 너무 중요하고 모르면 절대 팀 못할 거 같아. 근데 홍민기 작가님은 사실 팀워크에 잘 맞는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팀워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JS정선: 와 .. 진짜 유진 작가님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과 똑같다 싶다. 준성은 원래 팀워크 안 좋아하고 나는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고 사실 준성이 더 이런 팀활동에 고통을 겪고있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뭐.. 나는 재밌다 ㅎㅎ 그리고.. 사실 준성이가 내 말 들어서 안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홍민기 작가님: 저는 별로 안 좋아해서.
전유진 작가님: 저는 이거 말고도 팀워크를 많이 하거든요. 개인 작업보다 팀워크를 일부러 더 많이 해요. 궁극적으로는 랩까지 만든 사람이잖아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조금씩 쌓이면서 너무 재밌는 거예요. 팀 작업을 하는 과정이 개판 5분 전이기도 했는데 나중에 다 해놓고 봤을 때는… 뭔가 함께 말도 안 되는 누더기를 만들었을 때 느껴지는 의미가 있더라고요. 저는 사실 집에서 혼자 음악 만들던 사람인데 그때의 창작과는 또 다른 결의 저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언젠가부터 팀워크에 몰입하는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과정이 더 힘들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일부러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팀으로 작업하죠. 함께 하면 나중에 뭐가 될지 상관없이 즐겁더라고요.
그게 절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죠. 오히려 나 혼자 하는 게 어떤 작업적 결과물로서의 완성도는 더 있을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건 소용없어요. 나는 이제, 그런 예술적 작업 완성도를 바라는 게 아니라,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네, 진짜 특이하다.” 이러는 게 재밌는 거예요. 근데 또 그렇게 즐겁게 작업한 게 결과물도 좋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지금 저에게 중요해요… 20대, 30대 때는 별로 가치를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제가 일을 하게 만드는 동력 중 하나가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멋있는 것을 만들겠다’가 아니라, ‘올해는 A랑 일을 같이 해봐야지’ 같은 이유가 커요.
(후략…)
홍민기 작가님: 파스타 먹으러 갈까요. 여기가 1시 넘으면 먹을 데가 없어요.
JS: 좋아요!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서 작업을 했다.
인터뷰를 정리하는 시점. 과거의 이야기들을 다시 들춰보며 또다시 웃고,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그때의 우리의 태도와 지금의 태도는 과연 같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많은 시간이 흐른 뒤가 아니기에 비슷한 감상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하루하루 작업을 고민하고… 다원예술로 지원 사업에 지원하면서 다원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짧게는 2026에, 길게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무슨 작업을 어떻게 하며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하지만 결국 이 또한 다 먹고 살고 사랑하는 문제 앞에선 티끌일 뿐. 결국 인터뷰 녹음 자료의 끝이 파스타 먹으러 가자는 말로 끝났듯이… 고민의 끝에는 결국 “오늘은 뭐 먹지” 같은 아주아주 중대한 문제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귀한 시간 내주신 서울익스프레스(전유진, 홍민기 작가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JSJS, 서울익스프레스© 2026 *본문의 ai 데이터 학습 금지